2019 기록플러스

청주시는 문화도시로 도약을 꿈꾸며 ‘기록문화 창의도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 중에서도 기록 중심의 문화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직지의 고장 청주에서 당연히 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기록의 형태도 매우 다양하고, 특히 시민들의 삶과 관련된 부분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기록플러스 사업과 관련해 1377청년문화콘텐츠협동조합과 논의를 시작한 것은 지난 5월이다. 이 협동조합은 10인의 지역 예술가로 구성되어 있는 단체이다. 시민들의 기록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형태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어떤면에서 이런일을 왜 예술가들이 할까 싶지만 사람을 만나 자료를 만들고, 다양한 논쟁과 고민들을 통해 전시에 필요한 형태로 가공하는일, 즉 평소 예술가가 해오던 일이기도 하다. 이번 기록플러스는 전시라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시각 중심의 예술가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기록플러스 워킹그룹은 6명으로 이루어져있었다. 4명의 예술가, 2명의 영상팀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과정을 기록하는 것에도 공을 들였다. 기록에 대한 인식확산이 주된 목적이기도 했던 사업인 만큼 영상을 통해 시민들과 만나는 과정을 대부분 기록하였다.

일단 수집봉투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지정된 공공기관에서 이 봉투를 배포하였고, 시민들은 그 봉투에 자신의 물건을 담아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SNS (카카오플러스)를 통해 접수할수도 있었는데 기존 전화, 메일 등의 방법에서 좀 더 여러 가지 채널을 열어 시민들의 문의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일단 내용물의 종류와 양이 어느정도 확인되면 전부 직접 찾아가 수집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특히 이번 사업에서 시민들의 관심이 눈에 띄었는데 어떤 전시가 구성될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정말 헌신적으로 수집에 도움을 주었다. 수집된 물건들은 전부 운천동에 위치한 B77갤러리에서 분류작업을 하였다. 이 B77은 평소 갤러리로 운영하였지만 사업기간동안 임시 아카이브룸으로 활용하였다. 이를위해 전용 랙을 설치하고, 분류 박스를 구비해 아카이브를 시작했다. 항온 항습을 위해 제습기와 에어콘을 적극활용하기도 했다.

기록 봉투를 만들때 최초 25개의 기본 분류를 토대로 수집하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전시를 위해서 사용된 분류는 100개에 육박한다. 간단해보였던 기록물 수집 및 전시를 보다 세부적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봉투에 담을 수 있는 문서나 작은 크기의 물건이 수집될거란 예측과 다르게 산더미 같은 수집품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작가는 평소 자기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활동한다. 이번 기록플러스는 예술가보다 시민이 중심이었다. 시민의 기록물이 예술가 스스로 본인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가장 가치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고 전시를 준비하였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디지털액자, TV, 모니터 등 사진 및 영상 매체를 최대한 이용했다. 캡션도 평소 각자 작품 전시를 할때보다 훨씬 많이 사용했다. 시민들의 작품이 온전히 또다른 시민에게 전달 될 수 있게 최대한 많은 설명과 이해를 높이는 보조자료를 활용해 표현하려고 애썼다. 이를 위해 상당수의 수집물들은 사진으로 촬영되어 기록물의 기록물 만들기도 했다.

청주시한국공예관은 2019년 10월부터 새단장을 한 문화제조창C로 옮겨 운영한다. 이후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로 다시 지어질 예정이다. 최초 베드로신경정신외과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인데 기록플러스는 철거되기 전 이곳에서의 마지막 전시이다.

1층은 마을을 주제로 “산남동”, “문의면”, “운천동” 3개의 마을에서 만들어진 기록물을 전시한다. 산남동은 두꺼비마을신문, 문의면은 대청호 수몰지역의 옛 사진자료와 시민 인터뷰, 운천동은 동네에서 촬영한 과거 사진을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다.

2층은 17명의 시민과 1명의 기관의 기록물이 전시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문서나 책 등 물질위주의 기록물이 많았는데, 2000년 이후 만들어진 이메일, 블로그, 홈페이지 등 디지털 기록이 거의 수집되지 못한 것은 아직도 아쉽다. 몇 명의 참여자는 디지털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그것을 독립적으로 저장해서 적정방법으로 디스플레이하는것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앞으로 생성되는 상당수의 정보들은 디지털로 기록될텐데 이런 디지털 기록물은 수집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많은 숙제를 남겨주었다.

3층은 지역의 예술가들이 기록을 주제로 전시를 하였다. 명함을 오려 장미로 보여줬던 ‘이선희’작가의 작품, 뮤지션 레인보우99의 영상을 기록해 시각화 시켰던 ‘왕민철’작가의 작품 등 10명의 작가들이 기록관련 작품을 전시했다.

10월 10일 있었던 오프닝 행사에 시민기록왕 수상도 있었다. 이때 전시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상장과 상품권을 증정하였다. 그중 정말 많은 기록물을 제공해주셨던 시민 2명은 별도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다. 직접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해 취재가 나오기도 했었다. 매일같이 전시장에 손님을 모시고 찾아왔던 참여 시민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록을 해본적이 있고, 기록물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가치있는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경험해본적이 별로 없었다. 기록인식확산 전시를 본 많은 시민들은 다음에는 자신도 참여하고 싶다고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꼭 참여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기록물을 다시 살피고 가꾸자는 숙제를 남겨주기도 했다.

벌써부터 제2회, 제3회 기록플러스 전시가 기대된다. 앞으로는 또 어떤 시민들의 기록물과 새로운 가치발견들로 얼마나 다양한 행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금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소중히 보관하던 자료들을 보험증서하나 없이 빌려주셨던 모든 참여자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고, 정말 많은 분들의 관심속에 10월 31일 전시는 마무리가 되었다.

1층, 마을 중심의 전시

2층, 시민기록물 전시현장

3층 기록중심의 작가 작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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